한강이 꽁꽁 얼어 녹기 시작할 때 와보고는... 꽃밭이 비어 있어서 생태공원을 제대로 느끼려면 봄에 와야겠구나 했는데 1년이 지나 여름에 오게 되었다. 탁 트인 평지에 연둣빛이 남아 있어 반가웠다. 친구들과 11시에 만나 정오가 조금 넘어 이곳에 도착했으니 이른 아침도 아니건만 사람들이 없어 참으로 평화스러웠다. 날이 흐린 듯했다가... 이따금 햇볕이 나와 걷기 좋았다. 한 친구는 정약용 선생을 만나는 날이니 옷을 챙겨 입었다 해서 방긋 웃음을 주었다. 무엇을 입고 오든 선생은 반가워하실 텐데 말이다. 生家는 두 번을 왔다 간 셈이어서... 새롭게 조성된 생태공원의 변화가 더욱 궁금했는데 분위기에 취해 한 없이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왼쪽 산너울 기울어지는 곳이 남한강이고... 앞의 덩굴식물을 왼쪽으로 ..
마늘 사러 갔는데 아저씨가 자꾸 알타리무를 사란다. 예정에 없던 일을 하면 몸이 피곤해서 망설여지는데 오전에 갔으니 할인할 이유가 없었을 테지만 전날 팔고 남은 것일까 다섯 단에 5000원으로... 말도 안돼 했다가 무가 연해 보이고 헐값이라 한 박스를 배달시켰다. 배추 다음으로 열무와 얼갈이를 담거나, 물김치로 동치미를 좀 해볼까 했는데 알타리라니... 밥상에 구색은 맞겠다며 무가 커서 그대로 담으면 익을래도 시간이 걸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하려다 맛없게 보일까 봐 보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무청을 좋아하지만 연한 부분만 남기고 다듬었더니 음식물 쓰레기가 자그마치 4kg이 나왔다. 대파만 있어서 실파 사러 한번 더 내려갔다 오고 느닷없는 김치에 내내 서서 했더니 다리가 묵직하였다. 통 하나에 총..
작년에는 싹이 올라올 때 비가 여러 날 와서 괴불주머니가 시원찮았다. 농사도 한 해 걸러 실하다더니 올해는 봄 지나 노랑꽃이 물결을 이루어 반은 애기똥풀, 나머지가 괴불주머니였다. 보이지 않는 영역 다툼이 있었을까 경계가 뚜렷하였다. 키가 컸어도 현호색과 비슷하여 연관성이 있을까? 과연 현호색과라 해서 웃음이 나왔으며 산 남서쪽으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여 철 따라 나타나는 변화에 궁금해서라도 발걸음이 저절로 향해진다.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삶에는 정답 없다지만 잠시 핸드폰을 접고 주위를 둘러보면 어떨까! '예뻐서 혼자 보기 아깝다' 씨앗을 보고 염주괴불주머니라 생각했는데... 어떤 자료를 참조하니 염주괴불은 씨앗 모양이 U처럼 휘어져 곡선을 이룬다 하였다. 일자(ㅡ) 면 산괴불주머니라..
청암부인이 살던 뒤꼍에 대나무 숲이 있었다. 작가가 도입 부분의 대나무 소리를 표현한 부분만 읽어도 실감이 나는 섬세한 표현에 감탄을 자아냈는데 우리나라 1930년대의 남원땅 매안이란 곳이 배경이었으며 어디쯤 일까 지도를 찾아보니 섬진강의 지류인 요천이 가까이 흐르고 지리산자락이 뻗어내려온 마을이었다. 기울어가는 이 씨 문중에 청암부인이 시집을 왔다. 요즘으로 치면 약혼을 하고 예비신랑이 처가에서 며칠 있다가 본가로 돌아간 후 결혼날짜가 돌아오는데 그만 신랑 될 사람이 죽어서 하얀 소복을 입은 색시가 혼자서 가마를 타고 시댁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하는 시대였음이다. 청암부인은 작은집 조카를 양자로 맞이하여 장손으로 키우며 아이가 울면 젖을 동서에게 얻어 먹이면 될 것 같아도 아기가 ..
일주일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은 힘들었다. 물소리길 2코스는 '경의중앙선' 신원역을 출발하여 국수역을 지나 아신역까지 가는 여정이다. 일명 '터널이 있는 기찻길'로 터널을 두 개 지난다. 역에서 내려와 신호등을 지나면 바로 한강이다. 자전거와 같이 가는 아스팔트길이라 햇볕이 강하여 아카시 그늘 쪽으로 걸었는데 한적해서 좋았다. 모자도 없이 물고기 잡는 어부가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배 위에서 강물만 응시하였다. '道를 닦는 것일까!' 이따금 자전거가 띠릉띠릉 했다...ㅎㅎ 멀리 여행 가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길이었다. 모조리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한강 따라가다가 고래실마을로 접어들었다. 조금 들어갔을 뿐인데 여러 체험마을로 아이들 웃음소리를 실은 동네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곳 평상에서 땀 식히며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