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오기 전 모처럼 흐린 날이었다. 신문을 읽다가 잼버리 청소년들이 우리 동네로 온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무척 반가우며 오늘 걷기는 구경도 할 겸 창경궁으로나 가볼까 싶었다. 창경궁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 명동을 가볼까? 그곳은 복잡하고 걷기에는 남산까지 가야...ㅎㅎ 여러 갈래로 생각이 미치다 교통이 편리한 광화문을 떠올리자 걷기에도 구경하기에도 잼버리청소년들을 만나기에도 좋겠어서 시원한 복장에 샌들을 신고 나갔다. 몇 달 만에 광화문은 확연히 변해있었다. 전시회처럼 꾸민 곳도 여럿이었는데 바닷속 바위와 조개를 보여주는 영상인지 선명하고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새롭게 단장한 후 숲도 제법 우거져 서울의 한복판임을 실감할 수 없었다. '캠핑가든은 어떤 곳일까?' 낮인데 작은 전구들이 켜있..
주말이라 수목원을 걸어봅니다. 비가 멈춰서 걷기 좋았어요. 들어가는 입구에 나리꽃이 한창이더군요. 보통 수목원은 비싼(?) 입장료를 내고 걸어야 하는데 국립산림과학관이라 참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원추리가 침엽수림과 잘 어울리지요? 야생화를 돌아보다 귀여운 열매를 발견했어요. 연약해 보이는 식물인데 열매가 실했습니다. '비짜루'라 합니다. 흐리고 촉촉한 날에 의외로 모기는 없었고 산책하러 온 분들이 더러 보였습니다. 우산나물 잎이 사람 얼굴만 했어요. 꽃대는 처음인데 길게 나와 꽃을 피웠더군요. 싱그러웠습니다.^^ 쉼터와 비비추도 어울렸습니다. 숲해설가를 꿈꾸는 분들 몇몇이 노트에 정리하면서 토론도 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이들이 있었는데 목표가 생기면 삶이 달라질 테지요. 무궁화가 피는 계..
2023년 7월 1일부터 물소리길이 재정비되었고 코스가 조금씩 달라지며 9코스까지 늘었다. 물을 따라가는 길이니 장마철이라 조심스러웠는데 날씨 변화를 계속 지켜보며 약속한 날이 되자 전날 온 것에 비하면 소나기 정도나 올까 싶어 우산과 비옷을 챙겨서 길을 떠났다. 양평역 여행안내소에 들러 한강의 상황을 여쭙고는 가는 길에 인증이 필요하냐 묻길래 인증하지 않고 다닌다니까 그럼 새로운 길 말고 기존의 4코스가 풍경이 좋으니 추천한다고 했다. 일명 '버드나무나루께길'로 이른 봄 강가에 연둣빛 버드나무가 늘어지며 마음 설레게 하는 길이다. 요즘 고속도로 내는 문제로 날마다 시끄럽더니 양평역이나 강 주변에 많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건널목만 건너면 남한강 상류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자전거길 위에 있는 도로를 따..
국립중앙박물관을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친구와 함께 했다. 오면서 한 사람씩 내리는 정류장이 달랐다. 이촌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수에서 내렸고 신문을 읽다가 두 정거장 더 갔으며... 처음 온 친구는 출구를 잘못 나와 헤맸다 한다. 전화가 없었으면 어찌 만났을꼬?... ㅎㅎ 왼쪽의 상설전시장에서 명화전을 하고 있었지만 처음 온 친구가 있으니 우리나라 역사를 먼저 느껴보자며 고조선부터 다시 둘러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청자나 백자보다 초벌구이 토기가 멋스러워 시간이 흐를수록 토기의 쓰임새와 변화과정을 비교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두 번째로 자세하게 본 것은 사신도였다. 그림이 흐릿한 가운데서도 용의 모습이 뚜렷하였다. 좌 청룡(靑龍)이다. 무덤 널방 동쪽의 수호자로 화려하면서도 몸체의 움직임이 기운차게 느껴졌다..
오디의 계절일 것 같아 5코스를 먼저 다녀오려고 했는데 기차를 타고 1시간 여 가는 동안 냉방장치가 너무 강해서 감기가 올까 무작정 3코스에서 내렸다. 가기 전 코스에 대한 정보를 한 번쯤은 보게 되지만 별안간 내렸으니, 역시나 아신역 주변에서 30분을 헤맸다. 지난번 2코스 끝나는 지점에서 다음역으로 향해야 하는데 지나온 길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라 그럴 리 없다며 주위를 뱅뱅 돈 것이다. 그런 사연으로 연꽃밭을 만날 수 있었고... 여백의 황토밭에 편안해졌으며... 양평에 밤나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가지 않았다면 언제 밤꽃이 피는지 알겠는가! 산자락이나 집 근처에도 밤꽃이 활짝 피었더란다. 이곳 지하도를 지나며 본격적인 3코스가 시작되었다. 현지 분들이라도 물소리길을 잘 모르고, 역을 벗어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