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4시 사이에 택배가 올 거예요." "아, 그래요? 정리하고 산책 다녀오겠습니다." 집에 있다가 딸기가 올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무슨 딸기를 택배로 보내지?' 유통기한이 짧아 상할 수 있어서 갸우뚱했다. 혹시 4시까지 기다리자면 추워서 산책 나가기 곤란하여 미리 다녀오자며 오후 2시쯤 돌아왔더니 엘리베이터가 위에서 내려오다가 우리 층에서 멈췄다. 도착했다는 느낌이었고 1층에서 아저씨와 만났다. 올라갔더니 길이 30cm 정도의 생선 30마리는 들어가겠는 스티로폼 상자가 보였다. 그런데 옮기려니... 참으로 가벼워 무엇이 들어는 있나??? 포장마저 가벼웠지만 귀하게 다룬 흔적이 보이고 공기방울이 크게 들어있는 비닐에다 돌돌 말은 딸기 한 팩이 놓여있지 않은가! '아직 익지도 않았네?' ..
올겨울에는 오색찐빵 한 박스 사 먹어보고... 호빵도 여러 봉지 쉼 없이 먹었기에 요번에는 집에서 만들어 엄마께도 갖다 드릴 겸 마트 간 김에 팥 500g을 미리 마련했었다. (동지가 지났다고 좀 할인됨) 반죽은 식빵믹스가 편하나 대형마트에도 없어서 인터넷 주문을 하려다 혹시 하며 동네 마트에 갔더니 마침 있어 준비가 쉬웠던 편이다. 한가한 날에 팥을 불렸다. 몇 시간을 불려야 한다는 정석은 없고 결국은 푹 물러야 하므로 쌀뜨물 받은 것이 있어 씻었다가 여러 번 헹궜는데 삶아서 처음 물은 떫다고 버리는 사람이 있지만 껍질까지 몽땅 사용하며 그대로 삶았다. 이따금 물을 더해주면서 소금 두 꼬집 정도 넣었고 단맛은 올리고당 조금과 꿀을 넣어 맞추었다. 엄마가 당뇨시기 때문에 단맛을 많이 넣을 수 없었고, 푹..
연말에 부모님 댁에 갔더니 아버지께서 주실 것이 없다며 옷을 내놓으셨다. 손수 뜬 옷이라며 빨아 입으라는데 언뜻 내 기억에 엄마가 뜨개질하시던 모습은 50대 셨어서 강산이 몇 번은 변하지 않았을까? 순간 마음이 묵직해졌다. 엄마의 손뜨개에 뭉클함이 일었던 것은 아니고 무엇이라도 주시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입지 않으면 버리는 세상이라 솔직히 짐스럽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입술로는 '아니요'라는 말이 새었지만 청각이 나쁘신 아버지께서 못 들으셨는지 멈칫하던 중 거듭하여 말씀하셔서 그러겠다고 마음 없이 대답해 드리고는 세월이 흠씬 묻어난 묵직한 옷을 마지못해 가방에 넣었다. '재활용을 해야 하나!' 당시에는 오자마자 처리할 것 같았어도 고민 아닌 고민이 되어 옷을 펼치고 살펴보았다. 어디 구멍 난 곳..
아침에 눈이 오기 시작해 함박눈으로 변해서 멋진 설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마음이 들떴다. 미끄러질 걱정 없이 지팡이 하나 들고 나섰다. 집 앞은 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눈 치우고 있었고 거리에는 염화칼슘으로 질척되기 시작했지만 산에 오르니 먼저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으면, 신발이 눈 속에 푹푹 잠길 정도로 풍성하였다. 42년 만이라 하였나? '이런 풍경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해서 저절로 나온 말이다. 히말라야 설악산 몽블랑이 부럽지 않았다. 우산 대신 모자 달린 옷을 입었다. 넓은 길로나 향하여 무리 없이 집으로 향하려다 평소에 산책하는 그대로 한 바퀴 돌아보자 했다. 새 신발도 아닌데 뽀드득 소리가 싱그러웠다. 신났다...♬ 연인들이 제법 있다가 샛길로 접어드니 눈은 계속 내리는데 ..
새해가 오기 전 물소리길 한 코스를 더 걸었다. 봄부터 시작해 눈이 온 날에는 걷지 않아 궁금해서 비교적 따뜻한 날로 정하여 기온은 영상 5~ 6도였다. 지도를 보면 7코스는 낮은 산을 빙 돌아 지평역으로 향하며 거의 평평한 길 10.7km로 걷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지평역에서 다시 서울로 오는 차편이 불편하였다. 경의중앙선 용문역에서 나오자마자 이정표를 참고하지 않고 산 밑에 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지 물을 따라가는 길이니까(실제로 흑천이 흐르고 있었음) 이야기하며 앞으로 쭉 걸었는데 역을 나오자마자 다른 길로 향한 것이어서 길을 잘못 들은 셈이었다. 걸으려고 왔으니까 조금 돌았어도 상관없지, 뭐!^^ 멀리 녹색으로 보이는 철길이 지평역으로 향하는 철도인데 남쪽으로는 용문역이 종점인 줄 알았지만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