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사러 갔다가 쪽파가 싸서 놀랐다. 작년 김장철보다도 샀던 것이다. 엇단 하나에 2980원...ㅎㅎ 겨울 동안 대파만 먹다가 충동구매로 2단을 사 왔다. 비닐하우스에서 새롭게 자랐을까? 가을 쪽파를 뽑지 않고 따뜻한 곳에 놔두었을까! 뿌리가 싱싱하고 튼실한 것을 봐서는 바로 뽑은 것 같았고, 흙이 잔뜩 묻어 있어서 어디로 옮기질 못하고... 싱크대에 서서 두 단을 다듬었으니 아이코 허리야! 뿌리 또한 아까워 여러 번 씻어 놓았다. 두 단이라 많아서 일단 파김치를 해보기로 하는데 가을에 김치 담고 하지 않았다고 갑자기 김치를 어떻게 해야 하나 멍해져서 담그는 법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아하~~ 그랬었지!'...ㅎㅎ 우아한 파김치보다는 다시 손 가지 않으려고 세 부분으로 잘라서 했다. 한 단 조금 넘게 ..
걷기 행사가 있다며 참가할 수 있으면 하라고 소식을 전해준 동기가 있다. 당연히 가지 않는다 생각하고 고맙다는 말만 전했는데 며칠 전 문자를 다시 읽었더니 아직 지나지 않은 행사라 근처에 사는 친구를 만날 겸 늦게서야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바빠서 일일이 소식 전하기가 어려울 텐데도 하루 전에 반갑게 만나 뵙겠다는 문자가 와서 이미 소속된 단체지만 어색함도 있을 거라 여겼다가 마음 가벼워지는 느낌이 일었다. 며칠 만에 꽃샘추위가 누그러져 반짝 날이 좋았다. 적어도 참가 인원이 30~ 50명은 될 거야 예상했는데 만나보니 달랑 7명이어서 뜬금없이 놀라기도 했다. 쫄래쫄래 뒤따라가며 새로운 길을 걷고 친구와 즐기려는 마음이었다가 인원이 적어 문자가 왔었구나 싶었다.^^ 주관하는..
식물원에서 여러 가지 꽃을 봤지만 꽃보다도 이런 모습이 재밌고 신기하였다. 그냥 잎이 기다랗게 올라가도 싱그럽게 보일 텐데 댕댕이 무늬가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가 저리 점을 기하학적 무늬로 찍을 수 있을까! 자연의 신비라 할 수밖에 없다. 잔고사리과 '다시마일엽초'의 모습이다.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은 씨앗이 아닌 포자로 번식하는데 동그라미 무리는 바로 포자낭군이다. *포자(胞子): 막에 싸인 자손으로 우리말로 홀씨! *포자낭(胞子囊):포자가 들어 있는 주머니. *포자낭군(胞子囊群): 포자주머니가 모여있는 무리. 그러니까 잎 뒤에서 보이는 동그라미 하나는 포자낭으로 그 안에 수많은 포자가 들어있으며 동그라미가 무리 지어 포자낭군을 이룬 모습이다. 이 식물도 혹시 고사리 종류일까? 다른 모양의 포자낭..
한 줌 남은 밤(栗)을 까며 오페라를 구경하게 되었다. 텔레비전 교양 다큐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보고 싶은 것을 선정할 수 있는데 '나비부인'이란 제목을 많이 들어왔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니 알고 싶었다. 직접 가서 공연을 보면 좋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런 기회에 교양으로 알고나 넘어가자며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선택하였다. 영국 로열 오페라단이 공연한 작품이었는데 시작을 하며 잠시 상품홍보하겠다고 해서 방에 있는 컴으로 돌아와 나비부인 줄거리를 대충 살펴보았다. 영어로 이야기할 것이며 노래를 부르는 공연이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였다. 재빠르게 돌아와 무릎에 신문지를 올려 밤 깔 준비를 마치고 집중해 보는데, 이런 이런, 한글자막이 나와 헛웃음이 나왔다.^^ 전체적인 무대장치가 화려하지 ..
결혼이 다소 늦은 친구가 이제야 대학입시를 마쳤다. 만나고 싶어도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니 연이은 행사에 아이가 셋이어서 꼼짝 못 하다 막내 입시가 끝났다고 창경궁에서 모처럼 시간을 가졌다. 밖에 나오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연신 싱글벙글한다... ㅎㅎ 궁이 넓어서 그렇지 찻집에서 만났으면 격앙된 목소리에 어쩔 뻔했나!^^ 왕과 왕비의 침소인 통명전을 지나 사도세자가 태어났다는 만복헌 마당이 어쩐 일로 열려있어서 햇살 좋은 마루에 앉아 차 한잔에 이야기 나눌 때는 조심스럽기도 했다. 우리가 앉아 있으니 한 무리가 더해져 커피를 마시고, 지나가던 어떤 여인은 당신의 이야기를 30분 정도 들려줘서 길에서는 모두 친구가 될 수있음을 실감했어도 시끄럽지나 않았을지... 춘당지를 반바퀴 돌고 이어지는 대온..